라자 암팟(Raja Ampat) - 3 (2019-10-04, Waisai)

2019. 10. 15. 23:41Papua

 

게이트를 통과해서 미로처럼 안내하는 통로를 5분여를 걸어서 셔틀에 태운다. 파푸아 사람들은 자바사람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많이 다르긴 하다. 아니 안닮았다.

 

족자나 발리에서도 저랬었는데 벌판 한가운데 내려 탑승을 시작했다.

 

이코노미 맨 앞좌석인데 마카사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롱까지 네 시간. 아침도착이라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하면 스튜디어스가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깨우고, 다시 잠이 들 때쯤이면 빵을 먹으라고 깨워서 몽롱하다 -,.-

옆자리 빠뿌아 아저씨는 깨우지도 않으면서 왜 나만 자꾸 깨우는 건지. 뭘 먹긴 먹었는데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여전히 정신은 몽롱한데 이제 곧 착륙이라고 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섬들이 보인다. 설렌다.

 

착륙직전이라 이젠 좀 막막한 생각이 든다. 예약한 숙소에서 픽업 서비스 때문에 도착일정을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냥 와버렸다.

 

평범한 인도네시아의 작은 공항. 이제부터 Waisai 섬까지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공항치고는 참... 나오는 여행객에 호객꾼들이 엉켜서 혼잡하다. 예약된 승객들은 리조트에서 밴을 보낸것 같은데 그냥 항구까지 알아서 가야 할 것 같다. 거리가 멀지 않아 어떻게든 가겠지만.

 

Waisai로 가는 페리는 9시인데 공항을 나오니 7시라 차로 가면 항구에서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고 구글맵으로도 스트릿뷰가 잘 나오지 않아 궁금해서 그냥 걸어가 보기로 했다. 3Km니 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공항을 나섰는데 10분만에 바로 후회가 됐다. 아침부터 무슨  오토바이와 차들이 많이 다니는지, 가끔 인도도 끊기고 간혹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파푸아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두렵기도 했는데 계속 반복이 되니 무덤덤해진다. 이 도시에 적응을 두 시간 빨리하는 것이겠지...

 

구글맵에서 봤을 때는 깔끔한 건물을 상상했는데 영업을 하는 건지 망한 건지...

 

이건 또 뭐라냐

 

 

땀에 젖어 50여분 만에 항구에 도착했다

고 생각했는데 여기가 아니라고 한다. 온 길로 약간 되돌아 가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라고 한다. 되돌아 가는 길에 지나가는 파푸아 아저씨에게 다시 물으니 작은 골목을 이야기하는데 그 길이 맞는 길은 아닌데 자주 다녀서 그런지 담으로 사다리를 설치해놔서 넘어섰더니 항구가는 길과 만나게 되었다.

 

선착장까지 멀다. 여전히 자바섬 사람들과 다른 얼굴인 이곳 사람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유난히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 좀 당황스러운데 별로 관심을 안 주어서 고맙 ㅜㅜ

 

페리까지 가서 티켓을 물어보니 다시 되돌아가서 다리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끊어오라고 한다. 매표소 건물은 큰데 그냥 창고다.

 

VIP석을 할까 하다가 잔돈을 만들기 싫어 그냥 10만루피아짜리 이코노미로 끊었다. Adhi가 경고한 것도 있고 해서 잔돈을 받기 위해 지갑을 오래 꺼내놓고 있기도 부담스럽다. 

 

30분 늦게 페리가 출발했다. 일곱 시간, 네 시간 비행에 이제 두 시간만 더 가면 숙소 도착이다. 한국에서 집을 나온지 만 하루가 되었는데 잠을 거의 못자서 오늘은 그냥 푹 잤으면 좋겠다.

 

평범한 Waisai항구. 왼쪽으로 환경세 100만 루피아를 내야 한다는 건물이 보이는데 어째 사람들은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아무 때나 내는 건지 안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메르디안 리조트에서 픽업을 나와서 차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유럽인 두 명도 함께 가게 되었다. 영어 울렁증이 시작되었다. 한국사람은 커녕, 동양인은 나밖에 없다. 도대체 나는 여길 왜 온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색다른 모험이 시작되는 것 같아 짜릿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좀 갑갑하기도 하다. 보통 라자암팟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가보지 않은 인도네시아 여행을 위해 여기를 선택한 지라 화려한 계획도 짜지 않았다.

 

 

 

리조트 체크인을  끝내고 숙소에 누워 30여분을 자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내일도 멍하게 숙소에 있을 것 같아 카운터에 내려가서 내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는데 다이버 자격증은 없으니 원하면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하는데 3일간 100만원이라고 해서 기겁을 했는데, 대신 다이버들이랑 함께 하면서 스노클링을 섬투어와 함께 가능하다고 한다.

하루코스로 무려 200여 달러. 정말 이 섬은 숨만 쉬고 있는데 돈이 나가는 것 같다. 일단 하기로 했는데 결재는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한다고 하니 그냥 홀가분해진다. 어차피 돈은 언젠가 나가겠지만. 메르디안 리조트가 좋은 점은 이곳에서는 드문 현대식 리조트라 불편한 것이 없고 현찰을 쓸 일이 별로 없이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다시 숙소에서 자는 둥 마는 둥 쉬다가 저녁에 리조트 시설 구경을 할 겸 나왔는데 생각보다 뭐가 많은 것 같다. 낮에는 그런가 보다 했던 것들이 어두워지니 다르게 보인다. 식당 안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일한다는 스웨덴 민머리 아저씨는 여기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항상 같은 보트를 타면서 다니게 되었다.

 

식당 앞의 풀장이 보이는 테라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앉으면 뭐라도 시켜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아무렴 하루 20만원짜리 리조트인데...

 

요트와 보트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으로 나가는 중에 찍은 메르디안 리조트. 차분하게 저녁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정말 돈은 좀 들지만 잘 고른 숙소같다. 수상가옥같은 리조트를 잡았으면 해먹에서만 뒹굴다가 우울증이 왔을 지도 모르겠다.

 

 

리조트 터줏대감 냥이. 두 마리 중 이녀석은 주로 선착장 가는 데크에 주로 있는데 한 녀석은가끔  숙소까지 쳐들어 와서 괴롭힌다. 

 

메르디안 리조트는 선착장을 가지고 있는데 야경이 참 좋은 곳이다. 가끔 이곳에 나와 아무 데나 앉거나 누워있곤 했다. 

 

이 고급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백인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동쪽 맨 끝의 한적한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백인들 천국이다.

 

처음에는 저 여유있고 편안한 소파에도 앉기가 쑥쓰러워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사실 다들 모르는 사이이고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 나만 이방인같은 느낌에 저 좋은 시설을 그냥 구경만 했다.

여기까지 와서 축구경기에 열광하는 유러피안들. 이 사람들은 다이빙이 아니라 요트여행을 하는 것 같다.

 

저녁으로 나시고렝을 시켰는데 식사는 고급스럽게 잘 나온다. 맛은 자카르타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못하다. 아직 내가 배가 덜 고파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직도 동양인은 나 혼자다. 내일은 뭔가 신나거나 대단한 일이 생기겠지.